"힘들 때 손 내밀어준 친구, 알고보니 신천지였어요"

입력 2021-05-05 05:16   수정 2021-05-05 07:12


어려울 때 고민을 나누고 의지했던 친구의 또 다른 '목적'에 배신감을 느꼈다는 사연이 화제다.

20대 대학생인 A 씨는 지난해부터 암울한 시간을 보내다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졌다. 유일하게 연락해 온 이는 고등학교 동창 B 씨였다.

A 씨는 "B의 안부 연락으로 시작돼 이제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며 "제겐 힘들 때 손 내밀어준 정말 소중한 친구"라며 B 씨에 대해 설명했다.

B 씨는 상담 업무를 한다는 '아는 언니' C 씨를 A에게 소개해 줬다. 처음엔 어색할 것 같았지만 여러 번 만나다 보니 어느새 개인적인 이야기도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

C 씨는 "A가 많이 힘든 것 같네. 우리 같이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게 좋을 것 같아. 주기적으로 만나자"고 제안했다.

A 씨는 속으로 숨겨진 의도가 있지나 않을까 의심스러웠지만 계속 만나다 보니 인생에 도움 되는 내용인 것 같았고 가치관도 넓어지고 긍정적인 변화도 생긴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B 씨가 진지하게 "우리는 신천지"라며 고백했다. 말로만 듣던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우리가 신천지라고 하면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피하기만 할까 봐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A 너도 상담해보니 삶에 변화가 많이 일어나지 않았느냐"며 "그동안 생각했던 신천지에 대한 생각은 모두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B 씨의 말이 모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두웠던 일상에 조금씩 긍정적인 모습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A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접한 신천지 관련 이야기를 접한 바 있었고 이제 이들과 만남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친구 B 씨는 계속 권유와 같은 강요를 했다. "A야, 나 한 번만 믿어 봐. 진정한 친구인데 나쁜 걸 추천하겠니."

A 씨는 "친구가 상처받을 것도 걱정됐다. 솔직히 제겐 오래된, 소중한 인연이다. 그렇다고 강하게 말을 하지 않으니 친구가 자꾸 신천지 권유를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친구는 부모님에게도 비밀로 하고 신천지에 다니고 있다더라. 완전히 빠져든 것 같다. 이런 일 겪어 보신 분들의 조언을 구한다"고 호소했다.

네티즌들은 "A 씨가 힘들 때 손 내민 것도 포교의 일종", "우연히 연락된 거 아닐 거다. 친구와 함께 조를 짠 신도들이 오랜 시간 지켜보고 파악한 다음 접근한 것을 것", "친구를 잃는 게 걱정되면 같이 다녀보라. 1년 뒤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글쓴이가 착각한 것 같다. B 씨는 신천지 모임 거절한다고 상처받을 것 같지 않다. 전형적인 사이비 종교 패턴이다. 이미 당신을 포교 대상으로 전략을 가지고 친하게 지낸 것", "떳떳하면 신천지라고 말 했을 것이다. 절대로 넘어가면 안 된다", "글쓴이가 신천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 성경 공부를 제안할 건데 그때 단호하게 말해서 연락을 끊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신천지 탈퇴자 김동규(24)씨와 박형민(24)씨는 '나는 신천지에서 20대, 5년을 보냈다'(밥북)를 통해 '가스라이팅'(Gas-lighting)방식의 신천지 전도법을 공개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들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책에는 신천지가 포교 과정에 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이른바 가스라이팅 행위를 반복하고, 거짓말로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에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고 쓰여 있다.

이른바 '맞춤형 포섭'도 있었다. 김강림 상담사에 따르면 대상자의 사전 조사를 하고 타켓을 분석한 후 전문가를 투입한다고. 상황 조작으로 상대방의 자아를 흔들고 이로 인해 상대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그 사람이 가진 재산 등을 탈취하기도 한다고 알려졌다. 이후 피해자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을 잃고 의기소침해지며 상대방의 말만 따르는 등 자존감이 없어져 늪에 빠지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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